우리 디자인의 역사는 아직 우리 기억 속에만 머물러 있다. 디자인 관련 서적들이 좋지 않은 출판 환경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서가를 메워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한국의 디자인이나 역사를 제대로 다룬 책들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문득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 40년’ 전시 기획에 참여했던 일이 기억난다. 타이포그래피 및 편집디자인 분야의 사료를 준비하면서 진작 예상했던 것이었지만 이런 중요한 전시가 개인들에게 일일이 부탁해서 넘겨받은 몇몇 전시자료나 특정 관계자들의 기억에 의존해서야 겨우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곤혹스러움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는 것을 고백해야만 한다. 이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시각디자인계의 역사적 사실로 남을 것인데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조금 더 관여했고, 조금 더 안다는 것만으로 이런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리가 없다. 왜 우리는 디자이너가 이 모든 것을 떠안아야만 하는가라는 참으로 빛바랜 회의도 이런 문제를 피해가는 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 어찌 되었든 그 자리에 내가 있었고 또 이용제가 있었다.
그는 한글디자이너이다. 한글디자인에만 전념해온 보기 드문 전업 디자이너인 그가 몇 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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